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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역사8

실바누스에서 펜실베이니아까지, 숲의 사람, 숲의 신 교회 역사를 읽다 보면 뜻밖의 이름들을 만나게 된다. 초대교회의 일꾼들 가운데 고대 신화 속 신들과 연결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볼로(Apollos), 에바브로디도(Epaphroditus), 그리고 실루아노(라틴어와 영어로는 Silvanus로 표기)가 대표적이다.그런데 성경은 그들의 이름을 문제 삼지 않는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뒤 이름을 바꾸고 교회의 일꾼이 된 것이 아니다. 그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섬겼다. 이름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누구를 믿고 누구를 섬기느냐였다.이 가운데 실라(Silas)로도 알려진 ‘실루아노’의 라틴어 이름 실바누스(Silvanus)는 ‘숲’과 관련된 이름이다. 실바누스(Silvanus)는 라.. 2026. 9. 24.
성경을 번역한 제국 — 메이지 유신과 일본어 성경의 역설 1. 우리가 아는 메이지 유신한국인에게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은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서양의 제도와 과학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근대 국가로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등장했고, 일본은 군사력을 키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쳐 조선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하는 제국주의 국가로 나아갔다.그런데 이 역사에는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다. 일본이 서양의 제도와 지식을 받아들이며 제국주의로 나아가던 바로 그 시대에, 일본 땅에서는 전혀 다른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성경이 일본어로 번역되고 있었던 것이다. 2. 서양을 번역한 일본, 성경을 번역한 선교사들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서양의 지식을 일본어로 옮기는 작업이 활발했다... 2026. 8. 17.
물 침례와 주의 만찬 — 형식 논쟁을 넘어 본질로 침례교회는 전통적으로 두 가지 규례(의식)만을 고수한다.물 침례와 주의 만찬이다. 이 두 가지를 실행하는 것을 신앙의 정체성으로 삼는 교회가 적지 않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논쟁이 시작된다.누구 이름으로 침례를 받는가,목회자만 집례 할 수 있는가,물속에 어떻게 들어 가는가,흐르는 물이어야 하는가,몇 살부터 가능한가,구원 이후 언제 받아야 하는가… 주의 만찬도 마찬가지다.매주 해야 하는가,빵은 무엇을 써야 하는가,포도주는 가능한가,잔은 하나인가 여러 개인가,교인이 아니면 참여할 수 없는가… 이처럼 세부 실행으로 들어가면, 의견은 나뉘고 교회는 갈라지고 교파는 분리된다. 1. 미시적 논쟁을 넘어서이 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거시적, 역사적 안목이다.물 침례와 주의 만찬을.. 2026. 4. 30.
검열: S 아닌 C 의 센서, censor Censor는 검열이고 Sensor는 감지장치이다. 철자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하나는 사람의 생각을 통제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변화를 감지한다.이 글은 그 ‘C’ 하나의 차이가 인류 문명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돌아본다. “누구도 검열과 승인을 먼저 받지 않은 채 거룩한 주제와 관련된 서적들을 저자의 이름 없이 인쇄하거나 인쇄하게 해서는 안 되고, 그것들을 나중에 팔거나 자신의 소유로 간직해서도 안 된다.미리 검열과 승인을 받지 않은 필사본들을 주고받거나 유포하는 자들은 출판업자들과 동등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또한 만일 이런 책들을 소유하거나 읽는 자들이 저자를 밝히지 않으면 자신이 저자로 간주된다.” 검열(censor)을 통과하지 못한 책을 인쇄하거나, 읽거나, 판매하.. 2025. 10. 10.
후티 반군 보다 커피가 더 오래된 나라, 예멘 코로나 이전, 제주도에 무비자로 입국한 예멘인 500여 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한국 사회가 예멘이라는 나라에 주목한 적이 있다. 가장 가난한 국가로 분류되는 예멘은 남과 북의 분단과 통일을 거쳐 지금은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 있으며, 뉴스에서는 종종 ‘후티 반군’이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 이름이 등장한다. 하지만 예멘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총성과 전쟁보다 훨씬 오래된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바로 커피다.모카 항과 커피의 여정예멘의 서쪽 해안에는 ‘모카(Mocha)’라는 항구 도시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모카커피'라는 이름은 바로 이곳에서 비롯되었다. 15세기 무렵부터 이 항구를 통해 커피는 유럽의 왕궁과 수도원, 그리고 전 세계의 아침 식탁까지 이어졌다. 예멘은 인류가 커피를 처음 맛.. 2025. 9. 4.
귀양과 귀양(貴陽) - 유배(流配)와 지명의 얽힘 "귀양 가다”라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귀양’을 한자 없는 고유어로 표기한다. ‘죄인을 먼 시골이나 섬으로 보내어 일정한 기간 동안 제한된 곳에서만 살게 하던 형벌.’이라고 정의한다. 학계에서는 ‘귀향(歸鄕)’이나 ‘귀가(歸家)’에서 변형된 말이라고도 하고, 뚜렷한 어원 없이 전해 내려온 고유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 이런 설명에는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다.그렇다면 ‘귀양’이라는 말은 혹시 중국의 지명 귀양(貴陽)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역사 탐방가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질문이다. 귀양은 현재 중국 귀주 성(貴州省)의 성도(省都)이다. 몇 해전 귀양 시와 그 근교를 둘러보는 내내 고원 특유의 습기와 흐린 날씨가 계속되었다. 열악한 자연환경귀양(貴陽)은 해발 1,100m 고원.. 2025.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