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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역사

검열: S 아닌 C 의 센서, censor

by 김재근의 Insight 2025. 10. 10.

Censor는 검열이고 Sensor는 감지장치이다.  철자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하나는 사람의 생각을 통제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 글은 그 ‘C’ 하나의 차이가 인류 문명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돌아본다.

 
 “누구도 검열과 승인을 먼저 받지 않은 채 거룩한 주제와 관련된 서적들을 저자의 이름 없이 인쇄하거나 인쇄하게 해서는 안 되고, 그것들을 나중에 팔거나 자신의 소유로 간직해서도 안 된다.
미리 검열과 승인을 받지 않은 필사본들을 주고받거나 유포하는 자들은 출판업자들과 동등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만일 이런 책들을 소유하거나 읽는 자들이 저자를 밝히지 않으면 자신이 저자로 간주된다.
 
검열(censor)을 통과하지 못한 책을 인쇄하거나, 읽거나, 판매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모두 불법이라고 규정한 교령(敎令), 교회법이다.
이 법은 1546년 트렌토 공의회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이후 제정되었다. 트렌토 공의회는 종교개혁 확산으로 위협을 느낀 로마 카톨릭 교회가 1545년부터 1563년까지 소집한 반종교개혁(反宗敎改革) 이벤트였다.
카톨릭 신앙의 교리를 지키기 위해 출판, 인쇄, 유통을 관리하는 검열 제도를 정비했는데,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Index Librorum Prohibitorum", 금서목록이다.

금서목록 타이틀 페이지
“Image © Wellcome Collection, CC BY 4.0”

 
트렌토 공의회에서 교황은 자신의 종교와 교회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서적 검열 제도를 정하여 출판, 인쇄, 소유는 물론 읽는 것도 교회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책을 인쇄하거나 배포하거나 읽는 것은 다 불법이다.
 이 교령에 따른 금서목록이 만들어졌고, 1559년 교황 바오로 4세가 이를 처음 공식 발표하였다.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1966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폐지되었다.
폐지되기 전에는 카톨릭 교회 신앙과 도덕에 위배되지 않는 책들만 인쇄하고 배포할 수 있었다. 금서는 저자의 전작(全集), 특정 작품, 특정 판본 등으로 나뉘어 지정되었으며, 신앙과 도덕뿐 아니라 정치적 자유사상, 반교황적 저작들도 금지 대상이 되었다.
 
로마 교회의 금서 목록은 종교 개혁가들의 자유로운 성경 번역과 배포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에서 시작되었다.
교황 교회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서. 종교개혁가 루터와 칼빈, 츠빙글리의 저작물은 당연히 모두 금서였다. 평신도가 성경을 자국어로 읽는 것조차 불법이던 시대였다.

 
킹제임스성경을 비롯한 종교개혁 성경 번역들은 모두 금서로 지정되었다.
또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에밀 졸라, 앙드레 지드, 장폴 사르트르와 같은 작가들의 전작(全集)이 금서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 알렉상드르 뒤마, 발자크, 플로베르 등의 일부 소설도 ‘도덕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교회가 판단하기에 신앙이나 도덕에 유해하다고 여겨진 작품들은 금지되었다.

 

 또한 트렌토 공의회 이후 가톨릭 교회는 책이 인쇄되기 전에 반드시 교회의 허가 도장을 받아야 했다.
검열관이 교리와 도덕에 위배됨이 없다고 판단하면 “Nihil obstat”(아무 이의 없음)이라는 표시가 붙었고, 이어서 주교의 최종 허가가 내려지면 “Imprimatur”(인쇄를 허락함)라는 표시가 주어졌다.

이 도장이 없는 책은 인쇄도, 판매도, 심지어 읽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즉 교황 교회의 권위 아래에서, 성경과 책의 자유로운 접근은 철저히 통제되었던 것이다.
 
검열과 통제로 신념이나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수백 년 동안 지속된 금서 제도는 결국 그 스스로 무너졌다. 1966년, 교황 바오로 6세는 금서목록을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이 제도는 신앙을 보존하지 못했고, 오히려 신앙의 생명력을 약화시켰다.
진리는 통제될수록 약해지고 자유 속에서만 빛을 발한다.
검열은 진리를 지키는 도구가 될 수 없다. 진정한 믿음은 강요나 금지가 아니라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자유로운 이성과 양심의 선택으로만 가능하다.  
해리 포터”를 읽지 말라고 금하거나 책을 불태운다고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아니다. 

Photo courtesy by "Fundacja SMS Z NIEBA"

 
우리는 검열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음을 믿는다.
그것은 진리에 대해 자유롭고 확신에 찬 선포,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책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입과 듣는 귀가 자유로울 때 진리는 더 강력해진다.

통제하려는 "센서" 보다는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