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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성경의 유대교와 현대 유대교는 같은 종교인가?

by 김재근의 Insight 2026. 10. 6.

성전에서 회당으로, 제사장에서 랍비로, 그리고 ‘성경+탈무드’ 종교로 변모

많은 이들이 유대교를 단지 ‘구약성경만 믿는 종교’로 생각한다. 기독교는 구약과 신약을 믿고, 유대교는 신약을 인정하지 않고 구약만 믿는 종교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유대교는 구약성경만 믿는 종교가 아니다.

 

성경 속 유대교와 오늘날의 유대교 사이에는 2천 년에 가까운 거대한 간극이 있다.

성전과 희생물 의식은 사라졌고, 제사장이 차지했던 자리에 랍비가 등장했다. 그리고 성경에는 없었던 방대한 랍비 문헌인 탈무드(Talmud)가 유대인의 종교생활을 규정하는 핵심 문헌으로 자리 잡고 있다.

 

 

1. 성경 시대 유대교: 성전과 희생물 의식의 종교

사도 바울 시대의 1세기 유대교에는 실제 예루살렘 성전이 있었다.

성전에는 제단이 있었고 제사장이 있었으며, 양과 염소를 비롯한 동물 희생물이 실제로 드려졌다. 유월절이 되면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갔고, 제사장들은 성전에서 직무를 수행했다.

 

물론 회당도 있었다. 회당에서는 성경을 읽고 가르쳤으며 기도했다. 그러나 유대교의 중심에는 여전히 예루살렘 성전이 있었다.

당시에도 성경에 기록된 율법 외에 ‘장로들의 전통’이 존재했다.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이 전통을 지키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장로들의 전통을 범하나이까?” — 마태복음 15장 2절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물으셨다.

“어찌하여 너희 역시 너희 전통으로 하나님의 명령을 범하느냐?” — 마태복음 15장 3절

 

그러므로 예수님 시대에도 성경 외의 구전 전통은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아직 탈무드는 없었다.

  • 성전이 있었다.
  • 제사장이 있었다.
  • 희생물이 있었다.

이것이 신약성경에서 볼 수 있는 유대교의 모습이다.

 

2. AD 70년의 단절: 제사장에서 랍비로

AD 70년,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성전을 파괴했다. 이 사건으로 유대교의 종교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성전이 없어졌다. 제단도 없어졌다. 희생물을 드릴 수도 없었다.

성전에서 직무를 수행하던 제사장 중심의 종교 체계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

유대교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 성전에서 회당으로.
  • 제사장에서 랍비로.
  • 희생물 의식에서 토라 연구와 기도로.

 

종교의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랍비는 제사장이 아니다. 동물을 잡아 희생물을 드리는 사람이 아니라 토라와 전통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율법을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는 율법 교사이다.

바로 이 랍비들의 전통이 이후 현대 유대교의 모습을 만드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3. 구전(口傳) 전통이 책이 되다

유대교 전통에서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기록된 토라만 주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켜야 하는지에 관한 구전 토라도 함께 주셨다고 믿는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성경에서 읽는 기록된 토라만 하나님의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출발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약 AD 200년경 유대 사회의 최고 지도자급 랍비였던 예후다 하나시(Judah ha-Nasi)가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지던 구전 율법과 랍비들의 해석을 모아 정리했다.

그의 위상은 대단했다. 후대 유대 문헌에서 이름 없이 단지 ‘랍비(Rabbi)’라고만 해도 예후다 하나시를 가리킬 정도였다.

그가 편집한 것이 미쉬나(Mishnah)이다.

 

그리고 후대의 랍비들이 미쉬나를 놓고 다시 질문하고 대답하고 논쟁하고 해석했다. 그 방대한 토론과 해설이 게마라(Gemara)이다.

미쉬나 + 게마라 = 탈무드

예수님 시대의 ‘장로들의 전통’에서 보았던 구전 전통의 세계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거대한 랍비 문헌으로 발전한 것이다.

 

4. 현대 유대교의 핵심: ‘성경 + @’

탈무드는 단순한 성경 주석책이 아니다.

성경이 명령을 준다면 탈무드는 그 명령을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논하고 결정한다.

성경에는 안식일을 지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면 무엇부터 ‘일’인가? 어디까지 걸을 수 있는가? 무엇을 옮길 수 있는가? 어떤 행동은 허용되고 어떤 행동은 금지되는가?

 

음식, 결혼과 이혼, 재산, 절기, 정결 문제도 마찬가지다.

성경의 명령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수많은 랍비들이 질문하고 대답하고 논쟁했다. 그 방대한 해석과 토론의 세계가 탈무드이다.

그래서 현대 유대인의 종교생활을 보면서 “저것은 구약성경 어디에 나오는가?” 하고 성경을 찾아보면 나오지 않는 것이 많다.

성경과 실제 생활 사이에 탈무드와 랍비들의 해석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탈무드는 유대교 성경 타나크(Tanakh)에 포함된 책이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랍비 유대교는 성문(成文) 토라와 함께 구전(口傳) 토라에도 종교적 권위를 부여한다. 탈무드는 바로 그 구전 토라를 전승하고 해석하는 핵심 문헌이다.

따라서 현대 유대교를 단순히 ‘구약성경만 믿는 종교’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성문 토라가 있고 구전 토라가 있다. 성경이 있고 탈무드가 있다.

이것이 현대 랍비 유대교의 실제 구조이다.

 

5. 가톨릭과 닮은 구조

이 지점에서 가톨릭과 현대 유대교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보인다. 성경 외의 전통에도 종교적 권위를 부여한다는 구조가 닮았다.

가톨릭에는 성경과 함께 교회의 전통이 있다.

현대 랍비 유대교에는 성문 토라와 함께 구전 토라가 있고, 그 전통을 담고 해석한 탈무드가 있다.

결국 둘 다 성경 + 권위 있는 전통이라는 구조이다.

 

6. 유대교와 다른 종교 사이의 경계

현대 유대교는 모든 종교를 같은 길로 인정하지 않는다.

유대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언약과 율법 아래 있는 백성이고, 이방인은 그 밖에 있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다른 신을 섬기는 행위와 우상 숭배도 철저히 배격한다.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대 유대교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아들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신약성경도 자신들의 성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독교와 유대교는 단지 ‘구약까지는 함께 믿고 신약에서 갈라진 두 종교’라고 설명할 수 없다.

성경에 대한 권위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

 

결론 — 2천 년 전 유대교와 지금의 유대교는 다르다

성경 시대의 유대교와 현대 랍비 유대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성전은 파괴되었다. 제단도 사라졌다. 희생물 의식은 중단되었다. 제사장을 중심으로 하던 종교 구조도 달라졌다.

그리고 예수님 시대에 이미 존재했던 구전 전통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탈무드라는 랍비 문헌으로 발전했다.

현대 유대교는 구약성경만 믿는 종교가 아니다.

 

성문 토라와 함께 구전 토라의 권위를 인정하고, 탈무드와 랍비들의 해석 전통을 통해 실제 종교생활을 규정한다.

성전에서 회당으로, 제사장에서 랍비로, 희생물 의식에서 토라 연구와 기도로 바뀌었다. 그리고 성경에 탈무드라는 랍비 전통이 더해졌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다.

‘구약성경만의 종교’가 아니라 ‘구약성경 + @’의 종교이다.

그 알파의 중심에 탈무드가 있다.